풍설도하 17화

풍설도하 17화 – 통로의 칼 | 정통 무협 웹소설 연재

풍설도하 17화 — 「통로의 칼」


그림자가 셋이었다.

통로 입구에서 한 줄로 들어왔다. 첫 번째는 키가 크고 어깨가 넓은 자였다. 두 번째는 중간 체구, 손에 얇은 철편(鐵片)을 쥐고 있었다. 세 번째는 아직 어둠 속에 절반 이상 묻혀 있었다.

셋 모두 얼굴을 가리지 않았다.

가릴 필요가 없는 사람들이라는 뜻이었다.

서이강은 통로 중앙에 섰다. 어깨 너비보다 조금 좁은 돌 복도. 양쪽에 죽간 선반이 이어졌다. 뒤에는 기록소 방, 청오와 묵연주와 유 씨가 있었다.

앞에는 세 사람.

숫자는 불리했다. 하지만 통로는 하나였다.

“한 명씩 오시오.” 서이강이 말했다. “이 자리에서는 세 명이 동시에 설 수 없으니까.”


****

첫 번째 자가 대답 대신 앞으로 나왔다.

내력이 있었다. 발을 딛는 순간, 발밑 돌바닥이 가볍게 울렸다. 기를 발에 모아 지면을 누르는 습관, 하체에 내공을 실어 움직이는 자들의 특징이었다.

서이강은 상대가 두 걸음 안으로 들어오는 것을 기다렸다.

세 걸음.

두 걸음.

한 걸음.

그는 도를 위로 올리지 않았다. 대신 몸을 오른쪽으로 반 박자 비틀며, 왼발로 선반 기둥을 찼다.

죽간 묶음이 쏟아졌다. 대여섯 묶음이 한꺼번에 상대의 머리와 어깨 위로 떨어졌다. 무겁고 각진 묶음이었다.

상대가 팔로 막으며 반사적으로 고개를 숙였다.

그 한 박자.

서이강의 도끝이 상대의 어깨를 스쳤다. 깊지 않았다. 하지만 어깨 혈도 근처였다. 팔 쪽 내력의 흐름이 순간적으로 끊겼다.

상대가 손을 움켜쥐었다. 손가락이 제대로 펴지지 않았다.

“다음.” 서이강이 말했다.


****

뒤에서 청오의 목소리가 들렸다.

“두 번째가 내력이 더 세다. 정면으로 막으면 안 된다.”

서이강은 대답하지 않았다. 이미 알고 있었다.

두 번째 자가 철편을 손가락 사이에 끼웠다. 손을 가볍게 털자, 철편이 부채꼴로 퍼지며 손가락 사이사이에 정렬됐다. 지법(指法)과 암기를 동시에 쓰는 방식이었다.

상대가 내력을 모으는 것이 보였다. 손 주변의 공기가 미세하게 달라졌다. 열기처럼 느껴지지만 열기가 아닌 것, 내공이 피부 밖으로 흘러나오는 감각이었다.

“이강.”

묵연주가 뒤에서 말했다.

뭔가 작은 것이 어깨 위를 스쳐 지나갔다.

검은 환약 하나였다. 통로를 가로질러 두 번째 자의 발 앞에 떨어졌다.

파직—

연기가 아니었다. 터지지도 않았다. 다만 바닥에 닿는 순간, 작은 균열이 가며 분말이 퍼졌다. 흡공독이었다.

두 번째 자의 발이 멈췄다.

내력을 쓰려던 손이 흔들렸다. 철편이 손가락 사이에서 각도를 잃었다.

서이강이 그 순간을 놓치지 않았다.


****

도가 통로를 갈랐다.

수평으로 한 번, 대각선으로 한 번. 두 번의 궤적이 좁은 통로 안에서 완성됐다. 첫 번째는 상대의 철편 손목을 쳐서 암기를 떨어뜨렸다. 두 번째는 상대의 명치 앞 한 치에서 멈췄다.

칼끝이 상대의 도포를 반 치 잘랐다.

“흡공독은 두 식경이오.” 서이강이 낮게 말했다. “그 안에는 내력을 쓸 수 없소. 그냥 서 있으시오.”

두 번째 자가 이를 악물었다. 하지만 움직이지 않았다.


****

세 번째가 들어왔다.

지금까지 어둠 속에 있던 자였다. 통로 안으로 완전히 들어서자 얼굴이 드러났다.

오십대 초반으로 보이는 남자였다. 관복도, 무복도 아닌 짙은 갈색 도포를 입고 있었다. 허리에 칼이 없었다. 손에도 암기가 없었다.

하지만 서이강은 이 자가 앞의 둘보다 위험하다는 것을 알았다.

이유는 간단했다.

움직임이 없었다. 완전히 정지해 있었다. 무거운 사람일수록, 서두르지 않는다.

“어린 표사.” 남자가 말했다. 목소리가 낮고 건조했다. “도를 거두어라. 그 기록을 돌려주면, 오늘 이 자리는 없던 일로 할 수 있다.”

“없던 일로.” 서이강이 되물었다. “기록소 관리인을 쓰러뜨려 놓고, 그 말이 나오는 거요?”

“노인은 살아 있다. 죽이려 했다면 이미 죽었겠지.”

“살려뒀다는 게, 선의라는 뜻은 아니오.”

남자의 눈이 가늘어졌다.


****

방 안에서 청오의 목소리가 들렸다.

“하정회(下庭會)의 사람이다.”

서이강이 눈을 뗴지 않은 채 물었다.

“하정회?”

“일명회 위에 있는 것들이다.” 청오가 말했다. “강호 조직이 아니라, 황성 안쪽에 뿌리를 둔 세력이다. 이십 년 전 군량 경로를 바꾼 것도, 이 자들이다.”

갈색 도포의 남자가 처음으로 표정을 바꿨다.

“청오. 칠 년을 숨어 있더니, 이제 스스로 나왔군.”

“나온 것이 아니다.” 청오가 방 안에서 말했다. “이미 때가 됐다고 생각했을 뿐이다.”

“때?” 남자가 짧게 웃었다. “기록이 드러난다고 달라지는 건 없다. 황성에서 이미 다른 기록으로 덮어 놨으니까.”

묵연주가 방 문 앞으로 나왔다.

“그러면 왜 여기 왔죠?”


****

남자가 묵연주를 보았다.

“이 기록은 하나만 있는 게 아니다. 죽간을 불태워도, 청동판이 있고, 벽에 새긴 것이 있다.” 묵연주가 말했다. “하정회가 이십 년 동안 모든 것을 다 막을 수 있었다면, 스승님이 살아 계셨겠죠.”

남자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여기 온 건, 아직 다 막지 못했기 때문이에요.” 묵연주가 말을 이었다. “그리고 지금도 다 막을 수 없다는 걸, 당신도 알고 있겠죠.”

서이강은 그 말을 들으며 생각했다.

이 여자는 표사처럼 생각한다. 짐이 무엇인지 알고, 어디로 가야 하는지 알고, 지금 앞에 있는 것이 짐을 빼앗으려는 자인지 막으려는 자인지 구분할 줄 안다.


****

남자가 움직였다.

말이 없었다. 협상도 없었다. 그냥 몸이 앞으로 왔다.

걸음이 아니었다. 지면을 치는 짧은 도약이었다. 내공을 발 전체에 실어 폭발적으로 앞으로 튀는 종보(縱步), 보통 사람이라면 두세 걸음인 거리를 반 박자에 넘어오는 기법이었다.

서이강이 막을 수 없는 속도였다.

하지만 막은 것은 서이강이 아니었다.

청오의 손에서 지선이 날았다.

열 가닥의 철선이 좁은 통로를 가로질렀다. 남자의 발 앞 두 치, 지면에 박히며 선이 팽팽해졌다. 발이 그것을 밟는 순간, 선이 발목과 무릎 사이를 동시에 조였다.

남자의 상체가 앞으로 쏠렸다.

그 순간, 서이강의 도가 다시 움직였다.


****

도끝이 남자의 목 아래 혈도를 짚었다.

뽑은 것이 아니었다. 칼등으로 눌렀다. 경혈을 칼날이 아닌 칼 뒷면으로 강하게 자극하는 방식, 힘이 실리면 내력의 흐름이 일시적으로 막힌다.

남자가 무릎을 꿇었다.

선택이 아니었다. 내력이 차단되면 하체에 힘이 빠진다.

통로 안에 침묵이 내려왔다.

앞쪽 두 사람은 이미 싸울 수 없는 상태였다. 세 번째 자는 지금 무릎 위에 있었다.

서이강이 숨을 내쉬었다.

“됐소?”

뒤에서 청오가 말했다.

“아직이다. 이 셋은 전위다.”

서이강의 눈이 좁아졌다.

“전위.”

“하정회가 직접 움직일 때는 혼자 움직이지 않는다.” 청오가 통로로 걸어 나오며 말했다. “뒤에 더 있다.”


****

기록소 입구 쪽에서, 돌문 열리는 진동이 느껴졌다.

서이강이 왔던 통로를 돌아봤다. 어둠 속에 새로운 기척이 있었다. 하나가 아니었다. 빠르지도 않았다. 그냥 천천히, 확신을 갖고 들어오는 발소리였다.

유 씨가 방 안에서 나오며 말했다.

“출구가 하나 더 있습니다. 기록소 안쪽 끝, 돌벽 뒤.”

“얼마나 걸리오?”

“지금 뛰면 삼십 보.”

서이강이 무릎 꿇린 남자를 내려다봤다.

“같이 가겠소?”

남자가 고개를 들었다. 눈에 패배감이 없었다. 분함도 아니었다. 다만, 지금 이 자리가 끝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는 눈이었다.

“너희가 그 기록을 들고 어디까지 갈 수 있는지 두고 보겠다.”

서이강은 칼을 거뒀다.

“멀리까지 가겠소.”

그가 돌아섰다.

“뛰겠소.”

네 사람이 동시에 움직였다. 청오가 앞에 섰다. 묵연주와 유 씨가 그 뒤를 따랐다. 서이강이 맨 뒤에서 통로를 막으며 달렸다.

삼십 보.

돌벽이 보였다.

청오가 손을 짚었다. 두 번 누르고, 한 번 당겼다.

벽이 열렸다.

차가운 바람이 쏟아졌다.

Leave A Com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