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설도하 10화 – 청조의 거래 | 정통 무협 웹소설 연재
풍설도하 10화 — 「청조의 거래」
서이강은 남자를 내려다봤다.
정확히는 내려다보는 척했다. 실제로는 주변을 살피고 있었다. 청조라는 자가 혼자인지, 뒤에 더 있는지. 나무들 사이의 그림자, 바람 방향, 눈 위에 찍힌 발자국의 수.
하나였다.
혼자 왔다. 혹은 혼자인 것처럼 보이도록 나머지를 충분히 멀리 세워뒀거나.
“목간을 보여주겠다는 거예요, 아니면 협상 패로 쓰겠다는 거예요?”
남자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감정을 드러내지 않으면서도 완전히 숨기지는 않는, 계산된 온도였다.
“둘 다입니다.”
“솔직하네요.”
“솔직한 편이 빠릅니다. 낭비할 시간이 없으니까요.”
서이강은 묵연주를 봤다. 묵연주는 남자의 손에 든 목간을 보고 있었다. 표정은 여전히 평평했지만 눈이 달랐다. 읽고 싶다는 것을 억누르는 사람의 눈이었다.
서이강은 한 발 옆으로 비켰다. 완전히 길을 열어준 게 아니라, 묵연주가 앞에 설 수 있을 정도만.
“낭자가 결정해요.”
묵연주가 앞으로 나왔다.
****
목간은 작았다.
손바닥보다 짧고 엄지손가락보다 넓지 않은 나무 조각. 하지만 글씨는 빽빽했다. 묵연주가 천천히 읽는 동안 서이강은 남자에게서 눈을 떼지 않았다.
남자는 조용히 서 있었다. 서두르지 않았다. 기다릴 줄 아는 사람이었다.
묵연주가 목간을 돌려줬다.
“스승님 필체가 맞아요.”
“확인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목간을 어디서 구했소?”
서이강이 물었다.
“청조는 오래된 물건을 모읍니다. 특히 잊힌 것들을.” 남자가 목간을 천에 싸며 말했다. “이 목간은 운령문이 해산되던 해, 변경 인근의 한 암자에서 나왔습니다. 매개는 말씀드리기 어렵고요.”
“그래서 우리한테 뭘 원하는 거요.”
남자가 잠시 두 사람을 번갈아 봤다.
“청동판입니다. 그리고 유적 벽면의 내용.”
서이강의 손이 무심결에 허리춤으로 갔다.
“교환 조건은?”
“왕지훈에 대한 정보. 그가 지금 어디 있는지. 그리고 그가 무엇을 두려워하는지.”
****
두 사람은 그날 밤 남자와 같은 불 옆에 앉았다.
남자의 이름은 유 씨라고 했다. 진짜 이름인지 물으니 쓰는 이름이라고 답했다. 서이강은 더 묻지 않았다. 강호에서 쓰는 이름이 진짜 이름인 경우는 드물다.
유 씨가 말했다.
“왕지훈은 현재 변경 총관직에서 물러난 상태입니다. 공식적으로는 병환으로 인한 사직이지만— 실제로는 누군가에게 압박을 받고 있어요.”
“누가요?”
“일명회입니다. 이십 년 전 기록을 쥐고 흔들고 있죠. 하지만 일명회가 원하는 건 그를 무너뜨리는 게 아니에요.”
“계속 써먹으려는 거군요.” 서이강이 말했다.
“그렇습니다. 왕지훈은 지금 변경 군사 편제 재편 논의에 막후로 관여하고 있어요. 은퇴한 총관이지만 인맥은 살아 있으니까요. 일명회는 그 인맥을 임대하고 있는 셈입니다.”
묵연주가 처음으로 입을 열었다.
“그걸 끊으려는 거예요? 청조가?”
“끊는 것이 목적이 아닙니다.” 유 씨가 말했다. “드러내는 것이 목적이에요. 이십 년 전 진실이 공개되면, 일명회의 패도 왕지훈의 패도 동시에 쓸모를 잃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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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이 깊었다.
유 씨가 먼저 몸을 눕혔다. 너무 자연스럽게, 경계심 없이. 서이강은 그것이 오히려 마음에 걸렸다. 저 자연스러움이 진짜인지, 보여주는 것인지.
묵연주가 나직이 말했다.
“청조가 뭔지 알아요?”
“모르오.”
“강호도 흑도도 관부도 아닌 곳이에요. 오래된 문서와 기록을 모으고, 그것으로 균형을 맞추려는 사람들이에요. 스승님이 한 번 언급하셨어요. 신뢰할 수 있느냐고 물었더니—”
“뭐라 하셨소?”
“믿을 수 있는 것과 이용할 수 있는 것을 구분하면 된다고 하셨어요.”
서이강은 잠시 그 말을 씹었다.
“그러면 청조는 어느 쪽이오?”
“이용할 수 있는 쪽이요.” 묵연주가 담담하게 말했다. “지금으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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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날 아침, 서이강은 유 씨에게 말했다.
“같이 가죠.”
유 씨가 고개를 끄덕였다.
“어느 방향입니까?”
“변경.” 서이강이 말했다. “직접 확인해야 할 게 있소.”
그것은 묵연주와 밤새 말하지 않고 나눈 결론이었다. 죽간의 기록, 벽면의 배치도, 그리고 왕지훈. 이 모든 것이 변경에서 시작됐다. 끝도 거기서 내야 한다.
유 씨는 짐을 챙기며 말했다.
“현명한 선택입니다.”
“아직 결과를 모르는데 현명한지 어떻게 아오.”
“방향이 옳으면 현명한 겁니다. 결과는 나중 일이고요.”
서이강은 그 말을 흘려듣지 않았다. 기억해뒀다.
세 사람이 길을 나섰다. 바람은 차가웠지만 방향이 바뀌어 있었다. 등이 아닌 옆에서 부는 바람이었다.
서이강은 걸으며 생각했다.
표행은 길이 있어야 간다. 지금은 길이 있다.
그것으로 충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