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설도하 7화 – 청하령 | 운령문 유적의 문이 열리다 무협소설
풍설도하 7화 – 청하령 | 운령문 유적의 문이 열리다 무협소설7화 제목: 청하령 (靑霞嶺)
이틀을 더 걸었다.
관도를 피해 산 사면만 타고 이동했다. 거리로는 하루 거리였지만, 눈 덮인 비탈을 오르내리는 것과 평지를 걷는 것은 달랐다. 발목까지 빠지는 눈, 방향을 잃게 만드는 바람, 그리고 뒤에서 쫓아오는 것이 있는지 없는지 확인하며 가야 하는 긴장까지 더하면, 몸이 소모되는 속도는 세 배였다.
서이강은 불평하지 않았다.
표사 생활 육 년이 가르쳐 준 것 중 하나가 그것이었다. 힘든 길에서 입을 열면 체력이 두 배로 빠진다.
묵연주도 마찬가지였다. 말이 없었다. 하지만 그녀의 침묵은 그의 침묵과 결이 달랐다. 그는 체력을 아끼기 위해 침묵했고, 그녀는 무언가를 생각하면서 침묵했다. 걸으면서 시선이 앞이 아니라 약간 아래를 향해 있을 때는, 대부분 그런 표정이었다.
서이강은 그것을 이틀째 되는 날 오전에야 알아챘다.
쉬는 시간마다 묵연주는 그의 옆구리 상처에 약을 발랐다. 말없이, 손끝만 정확하게. 그는 처음에 그것이 거래의 연장이라고 생각했다. 청동판을 가진 사람을 살려 두어야 하니까. 하지만 이틀째 오후, 경사면에서 그가 발을 헛디딜 뻔했을 때 묵연주의 손이 그의 팔을 먼저 잡았다. 그것은 계산된 움직임이 아니었다. 반사였다.
그는 그것을 모른 척했다. 그녀도 모른 척했다.
그 이후로 두 사람의 보행 간격이 아주 조금 좁아졌다.
청하령이 눈에 들어온 것은 이틀째 해 질 무렵이었다.
능선 하나를 넘어서자 갑자기 시야가 열렸다. 좁고 깊은 골짜기였다. 양쪽으로 절벽이 병풍처럼 서 있었고, 그 사이 가득한 소나무 숲은 눈의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가지가 아래로 처져 있었다. 숲 안쪽은 이미 어둠이 내려오기 시작했다. 빛이 들어오지 않는 것이 아니라, 한번 들어오면 나가지 못하는 것처럼 깊고 고요한 어둠이었다.
서이강은 그 골짜기를 보는 순간 발을 멈췄다.
이상한 느낌이었다. 위험하다는 느낌이 아니었다. 오래된 것이 있다는 느낌이었다. 마치 이 골짜기가 강호의 시간과는 다른 속도로 흘러온 것처럼.
“저기요?”
“응.”
묵연주의 목소리가 평소보다 낮았다. 그는 그것을 귀로 먼저 알아챘다.
“처음 와보는 거요?”
“아니야.” 그녀는 잠시 골짜기를 바라보았다. “두 번째야.”
“처음 왔을 때는 언제요?”
“열두 살 때.”
더 묻지 않았다. 열두 살에 이 골짜기에 왔다는 것은, 스승을 따라왔다는 뜻이었다. 그리고 그 스승이 운령문 사람이었다면, 그 방문이 어떤 성격이었는지는 묻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서이강은 청동판을 품속에서 꺼냈다.
석양빛이 비스듬히 들어오는 각도에서 청동판을 들자 선들이 달랐다. 빛이 홈 안쪽으로 들어가 그림자를 만들었다. 그것이 지도처럼 입체적으로 보였다.
그는 골짜기의 윤곽과 청동판의 선을 맞췄다.
왼쪽 절벽의 기울기. 오른쪽 소나무 숲의 밀도. 골짜기 입구에서 안쪽으로 이어지는 완만한 내리막. 그것이 청동판 위에 그대로 있었다.
“이 청동판이 이 골짜기를 그린 거요.”
“골짜기만이 아니야.” 묵연주가 옆에서 말했다. “안의 구조까지. 어디서 들어가고, 어느 방향으로 꺾이고, 어느 벽이 문인지.”
“그래서 청동판 없이는 나올 수 없다고 한 거군.”
“들어가는 건 가능해. 하지만 안쪽에 길이 세 갈래야. 청동판 없이 들어가면 두 갈래는 막혀 있고, 하나는 천장이 무너진 막다른 길이야. 거기서 길을 잃으면—”
“나오지 못하는 거군.”
“스무 해 전에 한 명이 그렇게 됐어.”
서이강은 그 말을 따져보지 않았다. 그냥 들었다.
그들은 골짜기로 내려가기 시작했다.
숲 안으로 들어가자 소리가 달라졌다.
밖에서는 바람 소리가 있었다. 안에서는 없었다. 절벽이 막아주는 것이기도 했지만, 그것만은 아닌 것 같았다. 발소리도 다르게 울렸다. 눈이 오래 쌓여 다져진 탓이었다. 두 사람 외에 아무도 밟지 않은 눈이었다.
서이강은 청동판을 펼쳐 들고 앞서 걸었다.
왼쪽으로 휘어진 길. 큰 바위 두 개. 그 사이 좁은 틈.
지형과 선이 일치했다.
그는 바위 틈을 통과했다. 묵연주가 뒤따랐다. 틈 너머는 조금 트인 공간이었다. 그리고 그 정면에 석벽이 있었다.
높이는 서이강의 두 배 남짓. 이끼와 눈이 표면을 덮고 있었다. 얼핏 보면 자연이 만든 암벽이었다. 하지만 가까이 다가서자 돌과 돌 사이의 절단면이 보였다. 자연석이 아니었다. 가공된 돌이었다. 정교하게 쌓인 것이었다.
그리고 중앙에, 사람 하나가 겨우 지나갈 너비의 어두운 틈이 있었다.
서이강은 청동판을 들어 석벽 앞에 세웠다. 보조판을 열자 안쪽 선들이 드러났다. 벽의 돌 배열과 비교했다. 어느 돌이 기준점인지 읽혔다. 오른쪽 두 번째 줄, 위에서 세 번째 돌. 그 돌의 왼쪽 아래 모서리.
그는 그 지점을 손가락으로 눌렀다.
딸깍.
돌 안쪽에서 뭔가 움직이는 소리가 났다. 이끼가 떨어졌다. 석벽의 틈이 조금 더 넓어졌다.
서이강은 뒤를 돌아보았다.
묵연주가 그 자리에 서서 석벽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녀의 표정을 보고 서이강은 잠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처음 보는 얼굴이었다. 차갑지 않았다. 그렇다고 따뜻하지도 않았다. 오래 찾아다닌 것이 드디어 눈앞에 있는데, 막상 보니 어디서부터 감정을 꺼내야 할지 모르는 사람의 얼굴이었다.
열두 살에 왔다가 스승을 잃고, 이십 년을 돌아오지 못하고, 이제야 다시 서 있는 것이었다.
“연주.”
그녀가 눈을 깜빡였다.
“들어가기 전에.” 서이강이 말했다. 부드럽지 않았지만 강하지도 않았다. 그냥 말하는 것처럼. “약속했소.”
묵연주는 잠시 석벽을 바라보다 그를 돌아보았다.
“응.”
그리고 그녀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
“내 스승이 운령문 사람이었어.”
서이강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냥 들었다.
“문파가 사라지기 전, 마지막에 남아 있던 사람 중 하나였어. 운령문이 무너질 때 스승은 어린 제자들을 먼저 내보냈어. 나도 그때 밖으로 나온 거야.”
“당신도 운령문 제자였소?”
“아니야.” 묵연주가 가늘게 고개를 저었다. “나는 입문 전이었어. 스승이 데리고 있던 아이였어. 정식 제자가 되기 전에 모든 게 끝났어.”
서이강은 그 말의 뜻을 조용히 받았다.
제자도 아닌 채로 스승을 잃었다. 문파 사람도 아닌 채로 모든 것이 무너지는 것을 보았다. 그리고 이십 년 동안 그 이유를 찾아다녔다.
“스승이 제자들을 내보내고 혼자 돌아갔다고 했소.”
“응.”
“무엇을 지키러 갔는지는?”
“말하지 않았어. 빨리 가라고만 했어.” 묵연주의 목소리는 흔들리지 않았다. 하지만 말의 속도가 아주 조금 느려졌다. “그게 마지막이었어.”
서이강은 석벽 앞에 그대로 서 있었다.
할 수 있는 말이 없었다. 위로는 이 상황에 맞지 않았다. 괜찮다는 말은 거짓이었다. 잘 됐다는 말은 말이 안 됐다.
그래서 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묵연주가 다시 말했다.
“그 뒤로 일명회를 쫓았어. 운령문이 사라지는 데 일명회가 관여했다는 흔적이 있었거든. 하지만 증거가 없었어. 흔적은 있는데, 연결이 안 됐어. 퍼즐 조각이 모자란 것처럼.”
“청하령 유적 안에 그 연결이 있다는 거요.”
“있을 거야.” 그녀가 처음으로 조금 힘이 들어간 목소리로 말했다. “스승이 지키러 간 게 거기 있을 거야. 그리고 그게 무엇인지 알면, 왜 운령문이 표적이 됐는지도 알 수 있을 거야.”
서이강은 청동판을 손안에서 한 번 쥐었다 폈다.
표사 생활을 하면서 수없이 생각했다. 내가 짊어져야 할 것과 짊어지지 않아도 되는 것의 경계. 남의 일에 발을 들이는 것이 용기인지 어리석음인지.
이 청동판을 주운 순간부터 이미 경계는 없어졌다. 짊어진 것이 아니라 짊어지게 된 것이었다.
하지만 지금 이 여자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그는 처음으로 생각했다.
짊어지게 된 것이 꼭 나쁜 것은 아닐 수도 있다고.
“같이 들어가오.”
묵연주가 그를 바라보았다.
“청동판을 가진 사람이 들어가야 해.”
“그래서 같이 들어가는 거요. 청동판이 나한테 있으니까.”
그녀는 잠시 그를 바라보았다. 그 눈 안에 무언가가 지나갔다. 이름 붙이기 어려운 것이었다.
그리고 아주 조금 고개를 끄덕였다.
두 사람은 어두운 틈 안으로 걸어 들어갔다.
소나무 숲이 뒤에서 조용히 두 사람을 삼켰다.
그리고 서이강은, 이 골짜기 안으로 들어오면서 뒤를 한 번도 돌아보지 않았다는 것을 뒤늦게 깨달았다.
처음으로 돌아볼 이유가 없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