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통 무협 웹소설 풍설도하 4화 – 등불 아래의 문양
풍설도하 4화 등불 아래의 문양
폐창고의 새벽은 차가웠다.
무너진 들보 사이로 비스듬히 스며든 빛이 먼지와 김을 함께 드러냈고, 화로 위 약탕기에서는 쓴 냄새가 아직 가시지 않았다.
서이강은 벽에 등을 기댄 채 눈을 떴다.
옆구리 상처가 먼저 그를 깨웠다.
밤사이 피는 멎었지만, 몸 안쪽 어딘가가 여전히 찢겨 있는 듯 아팠다.
그는 조용히 숨을 고르고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맞은편에 묵연주가 앉아 있었다.
한쪽 무릎을 세우고 기대앉은 자세였지만, 빈틈은 없었다.
그녀의 손에는 얇은 청동판이 들려 있었다.
“살아났네.”
“죽을 만큼 다친 건 아니오.”
“그 말을 믿는 건 너뿐일 거야.”
묵연주는 청동판을 들어 새벽빛 쪽으로 기울였다.
밤에는 그저 오래된 쇳조각처럼 보이던 물건이, 아침빛 속에서는 전혀 다른 표정을 띠고 있었다.
표면을 가득 메운 선들은 처음 보면 사람 몸의 경맥도 같았고, 조금 멀리서 보면 산맥과 물길을 옮겨 적은 지도 같았다.
서이강이 눈을 좁혔다.
“무공 비급은 아니군.”
“아니야. 하지만 무공과 상관없는 물건도 아니지.”
묵연주의 손톱이 청동판 모서리를 가볍게 눌렀다.
딸깍.
작지만 분명한 소리와 함께 얇은 안쪽 판 하나가 밀려 나왔다.
그 안에는 더 촘촘한 금과 함께 거의 닳아 지워진 글자 둘이 숨어 있었다.
운.
령.
서이강은 무심결에 숨을 삼켰다.
“운령문.”
묵연주는 잠시 그를 바라보았다. 말없이, 그러나 놓치는 것이 없는 눈으로.
“이 이름을 알아?”
“들어본 적은 있소.” 서이강은 시선을 청동판에 고정한 채 말했다. “표국 늙은 표두들이 술 취하면 가끔 꺼내는 이름이었소. 이십 년 전쯤 강호에서 사라진 문파라고. 정확히 무슨 문파였는지는 아무도 제대로 말해주지 않았지만.”
“말해줄 수 없었던 거겠지. 알면 죽으니까.”
짧은 침묵이 떨어졌다.
묵연주는 청동판을 천으로 다시 감아 소맷속에 넣으려 했다. 서이강이 손을 뻗었다. 천천히, 위협적이지 않게. 하지만 분명히.
“잠깐.”
“왜.”
“그건 내가 발견한 물건이오.”
“그리고 내가 해독했지.”
두 사람의 시선이 정면으로 맞붙었다. 타오르는 것도 아니고 식은 것도 아닌, 서로를 재는 눈빛.
결국 묵연주가 먼저 입을 열었다.
“반반으로 가져가는 건 불가능해. 이건 나눌 수 있는 물건이 아니니까. 하지만 함께 쫓는 건 가능해.” 그녀의 목소리에는 거래를 하는 자의 냉정함이 있었다. “운령문이 남긴 것을 찾아야 한다. 나는 그 장소를 알고 있고, 너는 이 청동판을 갖고 있어. 둘 중 하나만으로는 문이 열리지 않아.”
“어떻게 아시오?”
“예전에 한 번 가봤으니까.”
서이강은 그 말의 무게를 따져보았다. 거짓말인지, 사실인지. 묵연주의 얼굴에서는 아무것도 읽히지 않았다.
그는 긴 숨을 내뱉었다.
“…어디요.”
“청하령 동쪽. 관도에서 사흘 거리.”
“관군과 흑도 둘 다 우릴 쫓고 있소.”
“알아.”
“그런데도 가자고?”
묵연주는 처음으로 아주 옅게, 거의 비웃음에 가까운 표정을 지었다.
“살고 싶으면 숨어 있어. 하지만 이 청동판을 들고 숨어 있으면 결국 누군가에게 잡히는 게 먼저야. 움직이는 게 살아남는 방법이야.”
서이강은 잠시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것이 논리인지, 유인인지, 아니면 진심인지 알 수 없었다. 하지만 그녀의 말이 틀리지 않다는 것은 알 수 있었다.
“알겠소. 같이 가지. 단, 조건이 있소.”
“말해봐.”
“청동판은 내가 갖는다. 그리고 목적지에 닿기 전에 당신이 운령문과 어떤 관계인지 솔직하게 말해줘야 하오. 나는 모르는 판에 발을 들여놓고 싶지 않소.”
묵연주는 대답 대신 자리에서 일어났다.
“출발은 해 뜨기 전이야. 지금 자.”
그것이 거절인지 승낙인지 알 수 없었다. 서이강은 청동판을 품속 깊이 집어넣으며 눈을 감았다.
천장 너머 멀리서 바람 소리가 울었다.
설원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