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설도하 19화 – 불 앞의 이름 | 정통 무협 웹소설 연재
풍설도하 19화 — 「불 앞의 이름」
청오가 아는 곳은 생각보다 멀지 않았다.
북쪽으로 두 마장, 산자락을 돌아가면 나오는 폐광 터였다. 한때 철을 캐던 곳이었지만, 십 년 전부터 사람의 손이 닿지 않았다. 입구는 무너진 나무 기둥으로 반쯤 막혀 있었다. 처음 보는 사람이라면 그냥 지나쳤을 자리였다.
청오가 기둥 하나를 옆으로 밀었다. 나무가 아니었다. 돌이었다. 표면에 나무 결을 입힌 위장이었다.
“오래됐군요.” 유 씨가 말했다.
“칠 년 됐다.” 청오가 짧게 대답했다.
안으로 들어가자 낮은 공간이 나왔다. 천장이 높지는 않았지만, 네 사람이 앉기에는 충분했다. 한쪽 벽에 오래된 화로가 있었다. 재가 쌓여 있었다. 청오가 재 밑을 뒤지자 숯 덩어리 몇 개가 나왔다.
불씨를 살리는 데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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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이 피어오르자, 공간이 처음으로 사람이 사는 곳처럼 느껴졌다.
네 사람이 화로를 중심으로 앉았다. 묵연주가 약낭에서 건육(乾肉) 몇 점과 말린 대추를 꺼냈다. 유 씨가 작은 수통을 내놓았다. 청오는 아무것도 내놓지 않았다. 하지만 화로 옆에서 손을 녹이며 불을 지켰다.
서이강이 건육 한 점을 씹으며 청오를 보았다.
“칠 년 동안 여기서 혼자 지냈소?”
“여기만은 아니다.” 청오가 말했다. “움직였다. 한 곳에 오래 있으면 흔적이 남으니까.”
“그러면서 이십 년 전 기록을 계속 추적하고 있었던 거요?”
“추적이라기보다—” 청오가 잠시 말을 골랐다. “지켜봤다. 기록이 어디에 있는지, 누가 그것을 알고 있는지, 누가 그것을 지우려 하는지.”
묵연주가 불꽃을 바라보며 말했다.
“그러면 스승님이 돌아가신 것도 알고 있었겠군요.”
“알았다.” 청오가 말했다. “사흘 전에 마지막으로 만났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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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돕지 않았죠.”
묵연주의 목소리가 낮게 갈라졌다.
원망이 아니었다. 질문이었다. 하지만 그 질문이 얼마나 오래된 것인지는, 소리만으로도 알 수 있었다.
청오가 눈을 들어 묵연주를 보았다.
“그 분이 거절했다.” 청오가 말했다. “내가 돕겠다고 했을 때, 직접 거절했다.”
“왜요.”
“네가 있어서.” 청오가 말했다. “제자가 혼자가 되면 더 잘 숨는다고 했다. 스승이 없어야, 스승이 지켜온 것을 제자가 끝까지 들고 간다고.”
묵연주가 입술을 한 번 누르고, 눈을 들었다.
“그 말이 맞았네요.” 그녀가 말했다.
“맞았다.” 청오가 말했다. “그래서 더 미안하다.”
짧은 침묵이 흘렀다.
서이강은 그 침묵을 방해하지 않았다. 화로의 숯이 파직 소리를 냈다. 불꽃이 한 번 높아졌다가 낮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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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 씨가 수통 뚜껑을 닫으며 말했다.
“기구의 답이 아직 오지 않았습니다.”
“언제쯤이오?” 서이강이 물었다.
“빠르면 오늘 밤. 늦으면 내일 새벽.” 유 씨가 말했다. “청조 본부가 조건을 받아들이는지 여부에 따라, 다음 움직임이 달라집니다.”
“받아들이지 않으면요?” 묵연주가 물었다.
유 씨가 잠시 말이 없었다.
“그러면 저는 본부의 지시를 따라야 합니다.” 그가 솔직하게 말했다. “하지만 지시가 이 자리의 판단과 다를 경우에는—”
“다를 경우에는?” 청오가 말을 이었다.
“그건 그때 가서 생각하겠습니다.” 유 씨가 말했다. “지금은 먼저 답이 오는 것을 기다려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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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이 안정되자, 청오가 몸을 앞으로 당겼다.
불빛이 그의 얼굴을 정면에서 비췄다. 처음으로 제대로 보이는 얼굴이었다. 기록소 안에서는 유등 빛이, 산길에서는 달빛과 그림자가 그 얼굴을 반만 보여줬었다.
오십대 초반이었다. 눈가에 주름이 있었다. 입술이 얇았다. 하지만 그것보다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지쳐 있는 기색이었다. 칠 년이 아니라, 이십 년을 버텨온 사람의 얼굴이었다.
“이제 말할 때가 됐다.” 청오가 말했다.
세 사람이 그를 보았다.
“이십 년 동안 이 기록이 드러나는 것을 막아온 사람이 있다.” 그가 말했다. “하정회를 움직이는 진짜 손이다. 황성 안에서 아직 살아 있고, 아직 관복을 입고 있다.”
“이름이 뭐요.” 서이강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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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부상서(禮部尙書) 담유하(譚儒河).”
이름이 공간 안에 내려앉았다.
유 씨의 손이 무릎 위에서 멈췄다. 그 이름을 모르는 것이 아니었다. 알고 있었다. 그래서 멈춘 것이었다.
묵연주가 물었다.
“예부상서가 변경 군량 횡령과 연관됐다는 건, 관부 안팎에서 아무도 모르는 거예요?”
“모르는 게 아니다.” 청오가 말했다. “아는 사람이 있었다. 다만 그 사람들이 차례로 사라졌다.”
“스승님도요.”
“그렇다.” 청오의 목소리가 처음으로 무게를 가졌다. “담유하가 직접 손을 쓴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가 하정회를 통해 내린 지시들이, 결국 그 결과를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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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이강이 불꽃을 바라보며 물었다.
“증거가 있소?”
“죽간에 있다.” 청오가 묵연주를 보았다. “군량 경로 설계 문서에 담유하의 직인이 찍혀 있다. 내가 경로를 설계할 때 위에서 내려온 결재 서류에, 그 직인이 있었다.”
묵연주가 품에서 죽간을 꺼냈다.
“어디요.”
청오가 자리를 옮겨 묵연주 옆에 앉았다. 죽간을 펼치고, 손가락 끝으로 중간쯤의 한 줄을 짚었다.
“여기. 이 글자.”
묵연주가 들여다보았다.
“글자가 지워져 있어요.”
“왕지훈이 긁어냈다.” 청오가 말했다. “하지만 나는 그것이 거기 있었다는 것을 직접 봤다. 왕지훈이 그것을 지웠다는 것은, 왕지훈도 그 이름을 알고 있다는 뜻이다.”
유 씨가 낮게 말했다.
“왕지훈이 이십 년 동안 그 이름을 입 밖에 내지 않은 이유가 거기 있겠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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묵연주가 죽간을 다시 접으며 말했다.
“글자 하나가 지워졌다고, 담유하를 움직일 수 없어요.”
“없다.” 청오가 인정했다. “하지만 이 죽간만이 아니다. 내가 칠 년 동안 움직이면서 모은 것들이 따로 있다. 담유하가 하정회를 통해 내린 지시의 흔적들. 그것들이 이 죽간과 맞닿는 지점이 있다.”
“어디에 있소?” 서이강이 물었다.
“나한테 있다.” 청오가 말했다. “머릿속에.”
세 사람이 그를 보았다.
“기록하지 않았소?” 서이강이 물었다.
“기록하면 빼앗긴다.” 청오가 말했다. “칠 년 전에 배웠다. 가장 안전한 저장소는 살아 있는 사람의 기억이다.”
서이강이 잠시 그 말을 받아들였다.
“그러면 당신이 살아 있어야 한다는 뜻이오.”
“그래서 지금까지 살아 있었다.” 청오가 말했다. “하지만 혼자서는 더 이상 움직이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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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이 폐광 입구 틈으로 들어왔다.
화로의 불꽃이 한 번 흔들렸다가 다시 섰다.
유 씨의 허리춤에서 작은 진동이 느껴졌다. 그가 손을 집어넣어 기구 통을 꺼냈다. 뚜껑을 열었다.
안에 죽간 쪽지가 들어와 있었다.
유 씨가 펼쳐서 읽었다. 세 줄이었다. 표정이 바뀌지 않았다. 하지만 눈이 한 번 멈추었다가, 다시 움직였다.
“답이 왔습니다.”
“뭐라고요.” 묵연주가 물었다.
유 씨가 쪽지를 내려놓으며 말했다.
“조건을 받아들였습니다. 기록의 처분 시기와 방식은, 현장에 있는 사람들의 판단을 우선한다.”
묵연주가 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한 가지 더.”
유 씨가 말을 이었다.
“왕지훈이 어젯밤 상서루에서 스스로 병력에 출두했습니다. 하정회 측 인사 두 명의 이름을 직접 거론했다고 합니다. 그 이름은 아직 확인 중이지만—”
그는 잠시 멈췄다.
“담유하의 이름이 포함된 것으로 청조 본부는 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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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꽃이 조용히 타고 있었다.
청오가 눈을 감았다.
왕지훈이 움직였다. 이십 년 동안 눈을 돌렸던 사람이, 마지막에 스스로 나섰다.
서이강이 낮게 말했다.
“버틴다고 했소. 오래는 아니라고도 했소.”
아무도 대답하지 않았다.
묵연주가 화로 옆 작은 숯 덩어리를 집어 불 위에 얹었다. 파직, 불꽃이 다시 높아졌다. 그 빛이 네 사람의 얼굴 위로 고르게 퍼졌다.
“이제부터 달라집니다.” 유 씨가 말했다. “담유하의 이름이 왕지훈 입을 통해 나왔다면, 하정회는 반드시 움직일 겁니다. 이 기록을 완전히 지우려고.”
“지울 수 없소.” 서이강이 말했다.
“왜요?”
서이강이 묵연주를 보았다. 묵연주가 그를 보았다.
“이미 네 사람이 알고 있소.” 서이강이 말했다. “기록은 죽간 안에만 있는 게 아니니까.”
청오가 눈을 떴다.
잠시 서이강을 바라보더니, 낮게 말했다.
“표사다운 말이다.”
불꽃이 흔들리지 않고, 똑바로 타올랐다.





